연차가 쌓이는 시기, 회사는 당신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

 

연차가 쌓이는 시기 별 감시의 눈초리

안녕하세요. '호랭이 물어갈 기획놈들' 입니다.

화장실에서 빠르게 일만 보고 후다닥 튀어나오던 신입 시절을 지나, 이제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밀린 웹툰을 보며 여유롭게 머리를 식히는 당신.

처음엔 10분이던 시간이 20분이 되고, 어느덧 25분을 넘어서는 그 순간. 당신의 조금씩 무너지는 태도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예의주시하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사내 메신저가 편해지고, 내 업무의 견적이 머릿속에 쫙 그려지는 시기. 즉, '연차가 쌓이고 회사가 편해지는 시기'에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난 내 할 일 다 끝냈는데요?"라는 달콤한 착각


업무에 익숙해진 3~5년 차 실무진들이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아웃풋(결과물)만 내면 그만'이라는 착각입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아주 위험한 방어 기제가 깔려 있습니다.

"나는 오늘 내게 할당된 기획서를 남들보다 빨리, 완벽하게 끝냈잖아. 그러니까 남는 시간엔 이렇게 화장실에서 웹툰도 좀 보고, 커피도 40분씩 마시고 와도 돼. 난 효율적인 거니까."

본인 스스로는 '일 잘하고 스마트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은 기계 공장이 아닙니다. 회사는 당신의 문서 작성 속도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동료들과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그 '태도와 접근성'을 함께 평가합니다.


의자 위 '가디건 허물'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잦은 자리 비움을 시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사계절 내내 의자 등받이에 겉옷(가디건이나 후리스)을 허물처럼 걸쳐둔다는 것입니다. 모니터에는 꼭 복잡한 엑셀 시트나 기획서를 띄워놓고 화면 보호기가 켜지지 않게 설정해 두는 치밀함도 보입니다.

하지만 파트장이나 PD, 실무 관리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이 진짜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간 건지, 아니면 1층 카페에서 타 부서 사람들과 노가리를 까며 40분째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지 기가 막히게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당장 큰 사고를 치지 않으니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 속으로 '태도 마일리지(감점)'를 차곡차곡 적립하며 서늘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부재는 누군가의 '병목'이 된다


이 잦은 자리 비움이 특히 게임 기획자나 핵심 실무자에게 치명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은 모든 부서의 업무가 교차하는 '허브(Hub)'이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머가 코드 예외 처리를 묻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당신의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아트 팀이 UI 위치를 확인하려고 메신저를 보냈는데 30분째 '자리 비움' 상태입니다. QA가 치명적인 버그를 발견해 확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당신은 흡연장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잦은 부재는 타 부서의 업무 흐름을 뚝뚝 끊어먹는 최악의 민폐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타 부서 작업자들의 머릿속에는 당신에 대한 하나의 확고한 꼬리표가 붙습니다.

"아, 그 사람? 일은 뭐 그럭저럭 하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맨날 자리에 없더라. 흐름 끊겨서 같이 일하기 피곤해."

평판은 '문서의 질'이 아니라 '신뢰의 양'이다


명심하십시오. 조직에서 당신의 가치는 단순히 문서를 얼마나 빨리 쓰느냐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동료들이 필요로 할 때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는가? 질문을 던졌을 때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가? 이 '접근성(Availability)'이야말로 연차가 쌓일수록 빛을 발하는 엄청난 실력이자 무기입니다.

회사가 편해지셨습니까? 오늘 할 일을 일찍 끝내셨습니까?

그렇다면 화장실에서 25분 동안 웹툰을 볼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타 부서의 질문에 1분 만에 칼대답을 해주는 '든든한 동료'의 포지션을 구축하십시오.

위기가 왔을 때, 결정적인 인사 고과 시즌이 왔을 때, 회사는 의자에 겉옷만 걸쳐두고 사라지는 '스마트한 척하는 루팡'이 아니라, 언제든 뒤돌아보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믿음직한 동료'의 손을 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