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밸런스 기획자 면접에서 당신의 밑천을 터는 5가지 질문
안녕하세요. '호랭이 물어갈 기획놈들' 입니다.
게임 기획 직군 중에서도 '밸런스 기획'은 유독 지원자들이 환상을 많이 가지는 분야입니다.
자신이 작성한 밸런스 시트가 '황금 밸런스'일 거라 굳게 믿으며, 와우(WoW) 같은 대작 RPG 게임처럼 유저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원서를 쓰죠.
하지만 실무 면접관들이 신입 밸런스 기획자를 뽑을 때 보는 것은 '지원자 본인만 완벽하다고 착각하는' 그 황금 밸런스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이 지원자가 진짜 숫자에 대한 '감각'이 있는지를 봅니다.
만약 당신이 밸런스 기획자로 취업을 원한다면, 이력서를 쓰기 전에 아래의 5가지 질문에 먼저 답해보시길 바랍니다.
면접 자리에서 흔하게 나오는, 당신의 밑천을 터는 질문들입니다.
1. 당신이 깊게 파고든 인생 게임의 밸런스를 'RPG 쯔꾸르'로 구현할 수 있는가?
"이 게임을 1,000시간 넘게 해서 밸런스를 아주 잘 압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은 한 발 더 들어갑니다.
"그럼 그 게임의 초반 특정 지역의 몬스터 3마리의 기본 체력과 유저의 1레벨부터 10레벨까지의 힘, 지력에 따른 물리, 마법 데미지 공식을 'RPG 쯔꾸르' 같은 게임 개발 툴의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서 원작 게임과 유사한 플레이 느낌이 들게 만들 수 있나요?"
| <그림 1. 다스 드래곤 전투화면> |
유저로서 즐긴 것과, 개발 툴을 열고 변수(초기 스탯, 성장 곡선, 방어력 차감 공식)를 직접 세팅해 보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직접 툴을 만지며 그 게임의 수치를 역기획(Reverse Engineering)해 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그 게임의 밸런스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2. 내가 즐겨 하는 게임의 '스탯 별 가중치'를 설명할 수 있는가?
"힘을 올리면 공격력이 세집니다." 이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입니다.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은 이런 겁니다.
"이 게임에서 공격력 1의 가치는 10이지만, 치명타 확률 1%의 가치는 15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중반부 이후 몬스터의 방어력 스케일링 곡선 때문이며..."
각 스탯(힘, 민첩, 지능, 치명타 등)이 결과값(DPS)에 미치는 영향력을 수치화한 것이 바로 '가중치(Weight)'입니다.
이 가중치를 계산할 줄 모르면 아이템 밸런싱은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3. '디아블로의 저항(Resistance)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가?
단골 면접 질문 중 하나입니다. 왜 디아블로 같은 핵앤슬래시 게임이나 롤(LoL) 같은 게임들은 방어력이나 저항력을 단순히 마이너스(뺄셈) 처리하지 않고 로그 함수와 같은 공식을 사용하여 '점감 효과(Diminishing Returns)'를 줄까요?
만약 방어력을 올린 만큼 데미지가 무한정 뺄셈으로 깎인다면, 특정 스탯에 도달한 유저는 데미지를 '0'으로 받아버리는 무적 상태가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어력이 높아질수록 효율이 감소하는 시스템을 왜, 그리고 어떻게 설계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후반부 밸런스 설계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을 보는 질문입니다.
4. 당신은 '숫자'와 친한가? 그리고 '확률과 통계'에 자신이 있는가?
밸런스 기획자는 창의적인 예술가가 아닙니다.
매일 엑셀 수백만 개의 셀과 싸우는 '데이터 분석가'이자 '수학자'에 가깝습니다.
1% 확률의 가챠를 100번 돌렸을 때 1번이라도 당첨될 확률은 몇 %인가? (정답은 100%가 아니라 약 63.4%입니다.)
특정 아이템의 드랍률 기댓값을 계산하고, 그에 따른 유저의 일일 재화 획득량 편차(표준편차)를 구할 수 있는가?
확률과 통계, 그리고 수학적 사고방식에 거부감이 있다면 밸런스 기획은 지옥이 됩니다.
"저는 문과라서 수학은 좀 약하지만 감각은 좋습니다."라는 이야기는 면접 자리에서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5. 당신은 '플레이어'입니까, '설계자'입니까?
위의 질문들을 보고 머리가 아프거나 대답이 막혔다면, 아직 당신은 '설계자'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밸런스 기획은 단순히 내 입맛대로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자리가 아닙니다.
수많은 시스템의 나비효과를 통제하고, 유저에게 치밀하게 계산된 확률과 숫자로 '적절한 스트레스와 쾌감'을 제공하는 아주 차갑고 논리적인 작업입니다.
진짜 밸런스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켜져 있는 게임을 끄고 수학 책을 펴고 확률 통계와 로그 함수등을 푸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그 게임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데미지 공식이나 저항 값에 대한 숫자들을 낱낱이 해부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