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게임 기획서 해부 1편: MMORPG 아바타 조합 시스템 개발 목적
안녕하세요. '호랭이 물어갈 기획놈들' 입니다.
블로그 처음 시작부터 지속적으로 이야기 드렸던 '왜' 이 시스템을 만드는지 그래서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지 이런 부분은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단순히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에 대한 정리만 진행했는데 이번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제가 작성한 문서를 보면서 계속 강조하고 말씀드렸던 내용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역시 백 번의 이론 설명보다 한 번의 실전 문서를 보여드리는 것이 낫겠죠. 오늘은 제가 과거 MMORPG 프로젝트 초창기에 직접 작성하여 라이브 서버에 올렸던 [아바타 조합 시스템] 기획서 원본을 가져왔습니다.
총 3부작으로 진행될 이번 포스팅에서는, 기획서의 문단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기획자가 진짜로 의도했던 비즈니스 로직과 테이블 설계법'을 현업의 시선으로 해부해 보겠습니다.
개발 목적: 우리는 왜 이 시스템을 만드는가?
모든 기획서의 가장 첫 장에는 '목적'이 들어갑니다.
신입들은 보통 "유저에게 새로운 수집의 재미를 주기 위해"라고 적지만, 상용 게임의 기획서는 철저하게 '데이터의 순환과 수익(BM)'을 증명해야 합니다.
제 기획서의 [개발 목적] 파트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1. 개요
1.1. 개발 목적
- 게임에서 획득하는 아바타 및 상점에서 구입 가능한 아바타를 조합하여 한 단계 위의 아바타로 업그레이드.
- 조합을 통해 사용하는 아이템 및 아바타를 재구입하게 하여 유저에게 캐시 사용을 유도.
이 mmorpg의 재미있던 점은 필드, 전장, 이벤트에서 외형 변환이 가능한 아바타가 생각보다 많이 드랍 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약 1시간이면 1부위 정도를 획득하고 '12시간' 정도 플레이 하면 같은 부위의 아바타 포함 해서 10~12개 정도의 '허름' 등급의 아바타가 유저의 인벤토리에 쌓이도록 밸런싱이 되어 있었습니다.
즉 무수히 많은 하위 등급 아바타가 인벤토리에 쌓이기만 한다면 아바타의 게임 내 가치는 0에 수렴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잉여 재화를 소진 시킬 매력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었고 플레이 하면서 이런 게임 내 재화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아바타를 개선 시키기 보단 조합 시스템을 사용해 최하위 등급의 아바타 2개를 조합해 일반 등급 아바타를 만들고 그 일반 등급 아바타 2개를 조합해서 상위 등급이라는 '최종목표'를 던져주고 조합하기 위한 재료로 큐브 아이템을 과금으로 판매 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기본 룰 설정: 리스크와 보상의 심리전
1.2. 아바타 조합 시스템이란?
동일한 등급, 같은 부위의 아바타를 조합하여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의 아바타를 제작하는 시스템 입니다.
| <그림 1. 아바타 조합 기본 개념도> |
[아바타 조합 기본 룰]
아바타는 3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허름, 일반, 고급)
무조건 2개의 아바타를 조합하여 1개의 아바타를 획득.
조합 시 100% 성공이 아닌 확률로 성공과 실패로 나뉨.
아바타 조합 실패 시, 메인 슬롯에 넣은 아바타만 획득 (서브 아바타는 삭제).
이 룰의 핵심은 바로 마지막 줄, '실패 시 메인 아바타 보존'에 있습니다.
확률형 시스템에서 유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부 잃는 것'입니다. 만약 실패했을 때 메인과 서브 아바타가 모두 증발한다면 유저는 리스크가 너무 커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획자는 "서브 아바타 하나만 날아가는 거니까 한 번 더 해볼 만한데?"라는 최소한의 심리적 방어선을 먼저 깔고 착용 시 모양이 예쁜 아바타를 메인으로 놓고 진행하면 언젠가 등급이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기에 유저는 결국 고급 아바타를 얻기 위해 수많은 서브 아바타들을 제물로 바치게 되며, 이는 기획 의도였던 '잉여 재화의 소진'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사업팀의 경우 BM을 좀 더 맵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최소 '허름' 등급의 아바타는 조합 실패 시 메인, 서브 둘 다 삭제 하는 방안과 모든 큐브 아이템을 캐쉬 아이템으로 하자고 했던 사항에 대해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차후 전설 아바타 만들 때 고급 등급 녹이는 방향으로 선회해서 허름 등급 아바타 합성에만 캐쉬 상품으로 고급은 게임 내 재화로 BM 설계를 마무리 했습니다.
기획자의 의도는 결국 '테이블'로 이야기한다.
이처럼 시스템의 목적과 룰이 정해졌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기획자의 의도는 결국 프로그래머가 서버에 구현할 수 있도록 '데이터 테이블'로 번역되어야 합니다.
다음 2편에서는, 오늘 살펴본 조합의 룰과 확률을 게임 서버에 적용하기 위해 기존 아이템 테이블을 놔두고 왜 <ItemMixTable.csv>라는 별도의 조합 테이블을 파생시켜 컬럼을 설계했는지, 그 당시 작성한 테이블과 같이 위의 내용을 상세히 리뷰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