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기획자 최악의 발표 습관 3가지 (국어책 낭독, 어설픈 손동작, 목적 상실)

 

타 부서의 날 선 질문을 받는 신입 기획자

안녕하세요. '호랭이 물어갈 기획놈들'입니다.

기획서를 아무리 완벽하게 써도, 회의실에서 입을 여는 순간 모든 신뢰를 깎아 먹는 치명적인 발표 습관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신입 기획자들이 리뷰 회의에서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최악의 발표 습관 3가지'를 실무자의 냉정한 시선으로 해부해 드리겠습니다.



최악의 발표 습관 1: 화면만 줄줄 읊는 '국어책 낭독'


신입 기획자들이 리뷰 회의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습니다.

스크린에 기획서를 띄워놓고, 거기에 적힌 글자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줄줄 읊는 이른바 '국어책 낭독' 습관입니다.

회의실에 앉아 있는 프로그래머와 아트 디자이너들은 여러분의 목소리보다 눈으로 기획서를 읽고 궁금한 내용까지 체크할 정도로 읽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다 큰 어른들을 모아놓고 동화책을 읽어주듯 문서를 낭독하는 것은, 개발팀의 피 같은 업무 시간을 낭비하는 최악의 민폐 행동입니다.

발표는 기획서라는 오디오북을 재생하는 시간이 결코 아닙니다.

기획서에 적힌 '기능'을 그대로 읽지 말고, 그 기능을 그렇게 배치할 수밖에 없었던 기획자의 '숨겨진 의도'를 입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여기에 확인 버튼이 있습니다"라고 화면을 읽는 대신, "유저의 재화 손실을 막기 위해 뎁스를 하나 더 파서 확인 버튼을 배치했습니다"라고 설득하십시오.

화면만 줄줄 읊는 앵무새 같은 발표는 회의 시작 3분 만에 참석자 전원의 스마트폰을 켜게 만들 뿐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옆자리 사수 기획자나 다른 기획자 분들께 발표를 들어달라고 하고 미리 연습과 훈련을 진행해야 합니다.

국어책 낭독하지 말고 발표 대본을 짜놓자
<그림 1. 발표자 시점 슬라이드 노트 대본>

정 안된다면 위의 그림과 같이 아예 발표 관련 대본을 PPT 하단 슬라이드 노트에 적어두세요!



최악의 발표 습관 2: 시선을 분산시키는 '어설픈 손동작'



두 번째로 뼈를 때리고 싶은 안 좋은 습관은 발표자의 긴장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어설픈 손동작'입니다.

신입 기획자들은 수많은 시선이 꽂히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합니다.

리뷰 진행 시 마법사 영창 주문 외우듯 양손을 수정구 감싸듯 휘휘 돌리거나, 손가락을 의미 없이 위아래로 가리키거나, 허공에 대고 부산한 손짓을 반복하며 참석자들의 시선을 분산 시킵니다.

이러한 어설픈 손동작은 단순히 산만한 것을 넘어, 발표자 스스로 자신의 기획에 확신이 없다는 불안감을 타 부서에 무의식적으로 전달하는 꼴이 됩니다.

여러분의 손끝이 흔들리면 듣는 사람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발표할 때는 양손을 단정하게 모으거나, 화면의 특정 로직을 명확하게 짚어줄 때만 레이저 포인터나 마우스를 절제해서 사용하십시오.

불필요한 움직임을 통제하고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기획서는 훨씬 더 묵직하고 전문적인 무게감을 가지게 됩니다.

회의실에서는 여러분의 단단한 태도가 곧 기획의 신뢰도입니다.



최악의 발표 습관 3: 기획의 본질을 잊은 '목적 상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치명적인 습관은 발표 도중 곁가지에 빠져 스스로 길을 잃어버리는 '목적 상실'입니다.

신입들은 자신이 며칠 밤을 새워 엑셀로 짠 복잡한 룰과 화려한 예외 처리 기능들을 빨리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이 시스템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펫이 3레벨이 되면 진화합니다"라며 지엽적인 기능 설명에만 20분을 허비합니다.

실무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회의실에 들어와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첫 문장은 단 하나 입니다.

"현재 우리 게임의 A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라는 목적을 가진 이 시스템을 기획했습니다."

발표의 서두 즉 개요 부분에 기획의 명확한 목적(Why)을 타 부서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먼저 강렬하게 박아 넣어야 합니다.

목적이 완벽하게 합의된다면, 그 뒤에 따라오는 세부적인 기능들은 회의를 통해 얼마든지 유연하게 수정하고 타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발표하는지 본질을 상실한 채, 껍데기만 나열하는 발표는 그 누구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