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 실무: QA 파트와의 전쟁 (버그 제조기, 기획 의도, BTS 지옥)

 

수백 개의 버그 티켓이 쌓여 있는 지라(Jira) 또는 레드마인(Redmine) 이슈 트래커 화면


안녕하세요. '호랭이 물어갈 기획놈들' 입니다.

프로그래머, 아트 파트와 피 튀기는 조립 과정을 거쳐 드디어 게임이 화면 위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신입 기획자는 "아, 드디어 내 글자와 그림 쪼가리가 실제 게임으로 완성됐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십시오. 

진정한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유저의 마인드로 빙의해 게임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개발 후반부의 최종 보스, 'QA(Quality Assurance) 파트'와의 피 말리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16년 차 실무자의 시선에서, 기획자의 멘탈을 부수는 QA 테스트의 현실과 대처법을 뼈 때리게 해부해 드립니다.


살아있는! '버그 제조기'


QA 파트는 절대 일반 유저 처럼 얌전하게 게임을 플레이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획자의 상식을 파괴하는 '살아있는 버그 제조기'이자 극한의 테스터들입니다.

보상 받기 버튼을 0.1초 만에 50번 연타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아이템 받기 버튼 후 보상 획득 팝업 창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AOS Back 버튼을 미친 사람에 빙의해 연타 후 앱을 강제로 꺼버리고, 절대로 동시에 눌릴 리 없다고 생각했던 UI에 출력 된 네 개의 모든 버튼을 자기 옆 사람의 손가락까지 이용해 기어코 동시에 눌러버립니다.

기획서에 적힌 '아름답고 정상적인 플로우' 따위는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획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스템의 구멍, 룰과 룰이 충돌하는 심연의 공간에서만 살아왔던 사람처럼 집요하고 잔인하고 처절할 정도로 파고들어 기어이 클라이언트 또는 서버에서 크래쉬를 뱉게 만듭니다.

내가 만든 완벽하고 아름다운 내 자식 같은 게임이 QA 파트의 손에 넘어가자마자 걸레짝이 되어버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때, 신입 기획자의 멘탈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납니다.

사적으로 만나면 정말 선하고 가정에 충실한 사람들이 개발자와 기획자의 합작 콘텐츠를 만나면 그냥 한마리 켈베로스로 변하는 모습은 사실 16년? 거의 17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무섭습니다.



먹는 건가요? '기획 의도'



물론 버그만 체크하는 것이 아닌 기획자의 기획서에 콕콕 박혀있는 '기획 의도' 또한 자신이 플레이 하며 느낀 부분이 기획서에 나온 내용과 동일 시 되는지 이 부분도 꼼꼼하고 세세하게 확인합니다. 

이때 나오는 이슈 중 하나가 의도를 갖고 제작한 UI플로우가 게임에 방해가 되거나 흐름이 끊긴다는 QA의 지적(이슈 제기)에, 신입 기획자들은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며 가장 멍청한 방어 기제를 꺼내 듭니다.

"아, 그거 이슈 아니고요. 원래 그렇게 불편하게 설계한 '기획 의도'인데요?"

이때 베테랑 QA 담당자들은 아주 차갑고 날카로운 팩트 폭행을 날립니다.

"기획자님, 유저 분들이 이걸 플레이 하면서 '아~ 기획자의 심오한 의도구나'라고 생각할까요? 십중팔구 '뭐 이딴 똥겜 버그가 다 있어?' 하고 바로 앱 삭제합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을 겁니다. 

기획자의 알량한 '의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저가 버그라고 느끼면 그것은 버그이고, 유저가 불편하다고 느끼면 그것은 실패한 기획입니다.

QA 파트의 날카로운 지적을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그들은 런칭 후 유저들에게 두드려 맞을 매를 미리, 아주 아프게 때려주는 가장 고마운 예방 주사입니다. 

자존심을 세우지 마시고 이 기간에는 최상위 플레이어로 빙의한 QA분들의 요구 사항을 사수 또는 상급자 분들과 협의 후 개발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수정 및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선 순위 분류 'BTS 지옥'



이슈 트래커(지라, 레드마인 등)에 버그 리포트가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면.. 솔직히 저 위에 극단적인 켈베로스 뺨 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기획 나부랭이가 감히 무결점이라 소개하며 테스트 요청을 했는데 버그가 안 쌓이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무섭기에 최대한 그 분들이 체크하는 버그는 백신 맞는 마음으로 겸허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개발 마감일(마일스톤)이 다가올수록 버그 트래킹 시스템(BTS)에는 수십, 수백 개의 버그 리스트가 산더미처럼 쌓여 말 그대로 'BTS 지옥'이 펼쳐집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부족하고 고쳐야 할 버그는 넘쳐나는 이 런칭 직전의 카오스 상태에서, 기획자의 진짜 실력이 판가름 납니다. 

바로 '우선순위 분류' 능력입니다.

세상에 버그가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게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버그를 다 고치고 런칭 하겠다는 것은 신입들의 환상일 뿐입니다.

기획자는 쏟아지는 버그 리스트 사이에서 냉정하게 칼을 휘둘러야 합니다.

결제가 안 되거나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크리티컬(Critical)' 버그는 밤을 새워서라도 프로그래머를 쪼아 무조건 고쳐야 합니다.

반면, 텍스트가 1픽셀 삐뚤어졌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이펙트가 살짝 깨지는 '마이너' 버그는 눈물을 머금고 '다음 빌드에 수정'으로 미뤄두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QA 파트와의 치열한 티키타카 끝에 치명적인 버그들을 모두 쳐내고, 라이브 서비스가 가능한 최소한의 품질(빌드)을 뽑아내는 것. 이 피 말리는 타협과 결단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하나의 게임이 세상에 나올 자격을 얻게 됩니다.

문서를 쓰는 자에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결단하는 진짜 기획자로 성장하는 마지막 관문. 여러분의 치열한 QA 방어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