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시점으로 뜯어본 길드 대전 시스템 — 출진 순서·연전연승·언더독 판정
주말마다 서버가 통째로 들썩이는 콘텐츠, 길드 대전. 어느 게임에나 하나쯤 있지만 막상 설계하려고 들면 "스쿼드를 어떤 순서로 내보내지?", "둘 다 전멸하면 누가 이긴 거지?" 같은 자잘한 구멍이 끝없이 나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정 게임이 아니라 일반적인 길드 대전 시스템을 기획자 시점에서 규칙 단위로 뜯어보고, 마지막에는 직접 굴려볼 수 있는 데모까지 붙였습니다.
큰 그림 — 금·토·일 3단 흐름
전체 구조는 단순합니다. 금요일에 준비하고, 토요일에 싸우고, 일요일에 정산합니다. 각 단계가 다음 단계의 입력이 되도록 끊어 두면 서버 부하도 분산되고, 유저 입장에서도 "지금 뭘 하는 시간인지"가 명확해집니다.
| 요일 | 단계 | 하는 일 |
|---|---|---|
| 금요일 | 준비 기간 | 3개 전진 기지에 스쿼드 배치 · 출진 순서 지정 |
| 토요일 | 전투 기간 | 기지별 순차 자동 전투 진행 |
| 일요일 | 결산 기간 | 승리 길드 보상 지급 및 수령 |
승패의 축은 하나입니다. 전장은 3개의 전진 기지로 나뉘고, 그중 2개 이상을 점령한 길드가 최종 승리합니다. 5판 3선승제의 라인전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금요일 — 어디에, 어떤 순서로
준비 기간에 길드원은 3개 기지 중 한 곳만 골라 자기 스쿼드를 올립니다. 한 기지에는 최대 20명. 여기까지는 흔한 라인 배치입니다. 관건은 그다음, 출진 순서입니다.
이 한 줄이 전략의 깊이를 만듭니다. 뒤에서 설명할 연전연승 규칙 때문에, 때로는 강한 스쿼드를 아끼고 약한 스쿼드로 상대 선봉의 체력을 갉아먹는 배치가 더 유리하거든요. 순서를 유저 손에 쥐여 주는 것만으로 "정답 없는 선택지"가 생깁니다.
토요일 — 연전연승, 이긴 스쿼드는 계속 싸운다
전투가 시작되면 각 기지에서 양측 스쿼드가 순서대로 맞붙습니다. 핵심은 승리 처리 방식입니다.
덕분에 "1 대 다수"의 드라마가 나옵니다. 상처 입은 에이스 하나가 적 라인을 셋넷씩 밀어내다 마지막에 쓰러지는 장면. 반대로 이걸 노리고 소모전을 거는 배치도 성립합니다. 순서 지정과 연전연승이 맞물리면서, 같은 전투력이라도 배치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 연승 버프 — 승리할 때마다 공격력이 누적으로 오릅니다.
- 출혈 디버프 — 체력이 크게 깎인 상태로 이기면, 그 손상이 다음 전투로 이월됩니다.
- 즉, 다음 전투에 들고 가는 것은 숫자(체력)뿐 아니라 상태(버프·디버프)입니다.
둘 다 전멸하면? — 언더독 판정
순차 전투를 굴리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는 경계 케이스가 있습니다. 맞붙은 양측 스쿼드가 같은 순간에 전멸하는 경우입니다. 이걸 대충 "무승부"로 넘기면 라인 점령이 붕 뜨고, 최종 2/3 판정이 어그러집니다.
이 규칙 하나로 "전력을 몰빵한 라인이 오히려 손해"라는 견제가 생깁니다. 총 전투력이 완전히 같으면 진짜 무승부가 나는데, 이건 아래 '아직 안 정한 것들'에서 다시 이야기합니다.
어뷰징 막기 — 배치하고 튀는 사람
경쟁 콘텐츠에는 늘 구멍을 파고드는 시도가 따라옵니다. 대표적인 게 "센 길드에 잠깐 들어가 전투력만 얹어 주고, 준비가 끝나면 빠져서 다른 길드에서 또 참가"하는 이중 참가입니다.
직접 만져보기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 위 규칙을 그대로 구현한 데모를 붙였습니다. 배치 화면에서 출진 순서를 바꿔 전투 시작을 눌러 보세요. 기본 배치 그대로면 아슬아슬하게 지도록 맞춰 뒀으니, 편성을 손봐서 뒤집는 게 이 데모의 진짜 재미입니다.
PC에서는 편성을 바꿔가며, 모바일에서는 세로로 넘겨가며 볼 수 있습니다. 상단 시나리오에서 ‘언더독 데모’를 고르면 동시 전멸 판정만 따로 확인할 수 있어요. (‘즉시 결과’로 끝까지 건너뛰기 가능)
아직 안 정한 것들
솔직히 이 정도로는 라이브에 못 올립니다. 규칙을 촘촘히 짤수록 "그럼 이건?" 하는 빈칸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데, 지금 열려 있는 것들만 추려도 이렇습니다.
- 매칭 — 총 전투력 순 정렬까지는 했지만, 어떤 길드끼리 붙일지는 별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 전투 제한 시간 — 승부가 안 나면 언제, 무엇을 기준으로 끊을지.
- 완전 무승부 라인 — 총 전투력까지 같아 언더독으로도 안 갈리는 라인을 재경기로 볼지, 양측 미점령으로 확정할지.
- 보상 범위 — 전투에 실제 참여한 스쿼드 기준인지, 길드 소속 기준인지. 패배 길드에도 위로 보상을 줄지.
- 전투 로그 공개 범위 — 어디까지 유저에게 보여줄지.
이런 빈칸을 하나씩 메우는 게 결국 기획의 8할입니다. 화려한 콘셉트보다, 경계 케이스에서 시스템이 안 무너지게 만드는 쪽이 훨씬 오래 걸리죠.
※ 이 글은 특정 게임이 아니라 일반적인 길드 대전 설계를 정리한 것입니다. 규칙과 수치는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데모의 길드·스쿼드 이름은 모두 가상입니다.